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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낭인 김종진의 종착역 ‘웨스트레이크’ 스피커
슬롯 강화2024-03-28 17:13:26【지식】1사람들이 이미 둘러서서 구경했습니다.
소개━명사들이 사랑한 오디오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갖춘 LATS 돌비 애트모스 스튜디오에서 차기 앨범을 작업 중인 김종진. 그는 지금 '세계 최초의 극장 음악 감상회' 전국 투
명사들이 사랑한 오디오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갖춘 LATS 돌비 애트모스 스튜디오에서 차기 앨범을 작업 중인 김종진. 그는 지금 '세계 최초의 극장 음악 감상회' 전국 투어를 준비 중이다. [사진 이현준]
1962년 서울 동교동에서 태어난 그는 6, 7세 무렵부터 집안의 DJ를 자처했다. 식사 때 아버지가 “종진아, 음악 좀 틀어보렴” 하고 말씀하시면 고심 끝에 LP 한 장을 골라 장전축의 바늘을 내렸다. 소릿골을 타고 흘러나오는 황야의 무법자, 007 주제가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초등학생 시절 음반 가게에서 흘러나오던 사이먼 앤 가펑클의 ‘El Condor Pasa’를 듣고 기타에 매료된 그는 집에 세를 살던 나이트클럽 밴드 마스터에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중학생이 된 후 집 안의 오디오를 장전축에서 독수리표 분리형 오디오로 업그레이드해 음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만족스럽게 음악을 즐기던 중 친구 집에 있는 산스이 앰프, AR 스피커로 레드 제플린을 듣고 그 음에 전율했다. 놀라운 음의 충격에 부모님을 졸라 앰프를 야마하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 하지만 갈망했던 음이 나오지 않아 실망했다. 이때 오디오 세계에선 비싼 가격보다 장인이 만든 명기여야 한다는 것을 깨우쳤다.
매일 음악 듣고 기타 연습하는 게 일상이던 행복한 학창 시절에 비극이 찾아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은 그의 대학 입학. 독하게 맘을 먹고 공부에 매진해 고려대학교 사학과에 당당히 입학했다. 하지만 일렉트릭 기타를 입학 선물로 받자마자 음악에 오롯이 몰입했다.
대학 입학 선물로 기타 받고 음악의 길로
그의 기타 실력은 일취월장해 점점 소문나기 시작했고 연주 의뢰가 들어올 정도에 이르렀다. 가수 김도향의 스튜디오에서 기타 연주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의 실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김현식, 한상원, 송흥섭, 김광민 등 음악 선배와 교류하며 그의 음악 실력도 나날이 성장했다. 당시 음악인을 비롯해 사진가 김중만, 화가 마영범 등이 매일 밤 모이던 방배동 카페는 예술가들이 교류하던 19세기 유럽의 살롱 같은 공간이었다. 이후 그의 앨범에서 서도호, 김중만, 손재익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와 협업한 것은 이때 익힌 감각 덕분이다.
당시 선배들은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오디오 애호가였고. 아직 수입이 변변치 않았던 김종진은 선배의 오디오를 경험하며 자신의 오디오 세계를 확장했다. 아름다운 음을 들려주던 김광민의 피셔, 보기만 해도 눈부셨던 정원영의 매킨토시, 폭발적인 음을 들려주던 한상원의 산스이, 하이엔드 오디오를 첫 경험하게 해준 마영범의 아포지를 두루두루 경험했다.
전태관 5주기인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브라보 마이라이프!(Atmos MIX)앨범 자켓. [사진 이현준]
당시 최고의 스튜디오로 불린 뉴욕 애크미 스튜디오를 덜컥 2달간 계약해 그곳에서 먹고 자며 음반을 완성했다. 3집의 압도적인 음에 화룡점정을 담당한 이는 스털링 사운드의 마스터링 엔지니어 테드 젠슨.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음의 장인이다. 김종진과의 작업 이후 윤상, 서태지 등 후배들과 작업하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BTS, 블랙핑크 등 K팝 대표 아티스트들의 마스터링을 테드 젠슨의 스털링 사운드가 전담하고 있다. 김종진의 선진적 행보를 후배들이 고스란히 따르는 셈이다.
잇따른 히트로 성공을 거둔 그는 늘어난 수입을 아낌없이 오디오에 쏟았다. 처음엔 김현식 등 선배의 조언을 따라 피셔, 매킨토시 중고를 구매했다가 상태가 형편없어 낭패를 봤다. 이후 오디오 잡지를 탐독하며 최고의 오디오를 거침없이 섭렵했다. 바꿈질 끝에 다다른 종착역은 웨스트레이크 스피커다. 웨스트레이크는 톰 히들리가 1970년대 초 미국 LA에 오픈한 웨스트레이크 레코딩 스튜디오가 모태다. 오디오 엔지니어 출신 톰 히들리는 자신의 스튜디오를 위한 스피커를 직접 설계해 사용했고 조금씩 외부에도 판매했다. 이후 이곳에서 레코딩한 마이클 잭슨 ‘스릴러’가 빅 히트하며 웨스트레이크 스피커는 80년대 전 세계 스튜디오를 지배했다.
스튜디오에서 애용하던 웨스트레이크의 음에 반한 그는 자택에 거대한 웨스트레이크 스피커를 들이기로 용단을 내렸다. 처음엔 음이 기대와 달리 불만족스러웠지만, 힘이 좋은 크렐 앰프로 업그레이드하자 그제야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맘껏 볼륨을 높이기 위해 방음이 우수한 복층 빌라를 덜컥 계약할 정도로 오디오에 몰입했다.
악기 욕심도 많아 국내 최고가 기타 소유
반면 집에서는 푸근한 사운드로 들려주는 빈티지 오디오를 애용하고 있다. [사진 봄여름가을겨울]
그는 웨스트레이크, 스트라토캐스터로 얻은 영감을 오롯이 음악에 쏟았다. 외환위기로 낙심한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쓴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음반이 발표된 2002년, 월드컵 광풍 아래에도 월드컵 응원가를 누르고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방송 횟수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영화, 잡지, 공연으로 세계관을 확장했다.
이후에도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13년 세계 최초로 고해상도 음원 패키지 앨범을 과감하게 출시한데 이어 2015년 새로 등장한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에 주목해 누구보다 먼저 돌비 애트모스 라이브 공연 블루레이를 제작했다. 당시 국내에는 돌비 애트모스를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없어 또다시 해외로 나가 작업하는 용단을 내려야 했다. 덕분에 세계 최초 돌비 애트모스 라이브 앨범의 타이틀이 그의 차지가 됐다.
9년 전 돌비 애트모스에 도전한 그의 예측은 이번에도 옳았다. 2024년 지금은 돌비 애트모스 뮤직의 전성시대다. 애플뮤직, 타이달, 멜론 등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를 지원하고 있고 해외 유명 아티스트는 물론 BTS, 세븐틴, 블랙핑크 등 국내 대표 아티스트들이 돌비 애트모스로 음원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기다렸던 시기가 찾아오자 준비했던 돌비 애트모스 작업물을 하나씩 내놓고 있다. 얼마 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앨범을 돌비 애트모스로 선보인데 이어 과거의 앨범들 또한 하나씩 선보일 계획이다.
2022년 발표한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주년 LP는 LP 음질의 우수성을 대중에게 설파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장인 버니 그룬드먼을 찾아 커팅과 마스터링을 맡겼다. 20주년 LP는 탁월한 음으로 판매 개시 1시간 만에 전량이 매진되며 20년 만에 그를 음반 판매 1위 자리에 올려 놓았다. 음악인의 열정에 대중이 화답한 셈이다. 요즘도 그는 낮이면 LATS 스튜디오를 찾아 세계 최고 수준의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으로 다음 앨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이 없어 이를 경험할 수 없는 팬들을 위해 애트모스가 설치된 전국의 극장을 순회하는 ‘세계 최초 극장 음악 감상회’를 준비 중이다. 멈출 줄 모르는 사운드 혁신가이자 오디오 애호가, 김종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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